Q: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전공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A: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흥미도 소질도 있었어요. 자연스레 대학도 미대로 가야겠다 싶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수십 명의 학생들이 똑같은 장면을 그린 그림을 줄지어 놓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평가하면서 점수를 매기는 입시 환경에 부담감도 많이 느꼈고, 그러면서 그림에 대한 의욕이 되려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대학은 가야지 싶어서 서양화과에 원서를 냈고 입학까지 했는데, 막상 다녀보니 그림을 더 배우고자 기대했던 그런 곳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휴학을 생각했었지만 돌아갈 곳이 있으면 열심히 안 할 것 같아서 큰맘 먹고 자퇴를 하고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순수미술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기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르치는 것도 좋아해서 유아교육학과에 다시 입학하고 졸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Q: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해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을까요?
졸업을 위해 필수로 교육 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다문화 가정 교육 봉사를 했는데, 애착 형성에 따라 아이들에게서 태도의 차이점이 느껴지더라고요.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바쁜 일로 아이에게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한 가정일수록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정말 크게 느꼈습니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애착 형성을 할 수 있도록 배우게 되었고, 글로만 이론으로만 배웠던 것을 경험으로 와닿아서 되게 좋은 경험이었고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Q: 처음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로 거의 10년 가까이 일을 하셨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추억도 많을 것 같고, 아찔했던 경험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일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도 전공 특성을 살리면 프리패스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고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은 즐거웠어요.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거나, 크고 작은 사고들에 마음 졸인 적도 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잘 해결되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 때문에 힘든 적은 거의 없었지만, 학부모와의 갈등이나 여러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에 대한 불만이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이 견디기 힘들어지는 순간이 잦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깊게 하던 찰나에 좋은 계기로 학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1인 사업자로 유아미술학원을 운영한 지 1년 정도 되어 가시는데요. 오랫동안 해오던 일을 정리하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고충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당연하게도 사업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고충이 있었어요.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원래 당연하게 느끼고 있던 소속감이 없어졌다는 불안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고 하나를 해결해도 그다음 스텝이 항상 있는 느낌이 너무 부담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어요. 지금은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힘들어도 어느 누구한테도 쉽게 상황을 터놓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도 어려움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나 사업이다 보니 수익이 일정치 않아서 수익 안정성에 대한 불안함은 항상 품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보니 사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Q: 그래도 사업을 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A: 처음에는 소속감이 없어졌다는 불안감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혼자 일을 하면서 여유 있게 내 시간과 내 공간이 생기는 게 좋아졌어요. 특히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적어지니 업무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의 사업 경험이 다른 일을 하더라도 든든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이렇게 생긴 여유로 앞으로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